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각적 묘사와 진정한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소설가 이정연! 이정연의 『신의 뜨락에 그녀들의 자리는 없다』라는 가난과 폭력, 상실의 세계에서 자신의 존엄을 지켜내려는 분투를 담고 있다. 세계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만, 이들은 고통 속에서도 발랄한 생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는다. 욕망에 더욱 천착하고,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며, 위선적 세계를 거부한다. 이들은 따뜻함에 쉽게 몸을 녹이려 하지 않으며, 자기 파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정연은 기존의 관습과 무관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주인공을 통해 독특한 여성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부끄러워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가부장적 사회 질서에 균열을 만든다. 규범화된 세계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내며 걸어간다. 궁핍한 현실 속에서도 명랑한 목소리와 생생한 몸짓으로 망설임 없이 생을 통과해낸다. 「사십사 계단」, 「보트 위의 소녀」, 「세븐틴」은 폭력적인 세계의 틈새를 뚫고 삶을 키워내는 소녀들의 힘을 보여준다. 소녀에 대한 부르주아적 인식을 거부한 이들은 자존적 인격체로 세계와 만난다. ‘가짜’를 거부하고 ‘진짜’를 찾기 위해 지난한 여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성장 서사를 거부하고, 소녀를 자신의 인생을 통찰하고 결정하며 나아가는 존재로 재정의하고 있다. 홀로 분투하던 소녀의 세계를 지나 연대를 통해 피폐한 세계를 살아나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이글루」, 「요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타협적 결말을 찾지 않고, 부당한 요구를 끝까지 징치해내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산책자의 봄」은 오랜 시간 대상화되어 온 여성 섹슈얼리티를 주체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보여준다. 불온한 상상을 통해 미적 세계를 탐닉하고, 자연과 우주로 에로티즘을 확장시킨다. 소설 전반에 깔려있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감각적 묘사가 또한 돋보인다. 「당신의 계절」과 「모노필름」은 상실과 트라우마 속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는 삶의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다정함은 자신이 가진 것을 조건 없이 내주는 끝없는 사랑이다. 그 속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비참한 세계를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소설집 『신의 뜨락에 그녀들의 자리는 없다』를 통해 독자들은 궁핍한 세계에서 물러서지 않는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될 것이며,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삶의 존엄을 눈여겨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