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 속에는 그의 70년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두 굶주리고 헐벗었던 60년대, 시인은 ‘가난에 대한 분노와 설움’속에 굶주린 배 움켜쥐고 굴렁쇠 굴리듯 무작정 달려 온 인생을 반추하고 있다. 가발공장 눈썹공장 탄광막장을 거쳐 유신독재의 시대 군복무를 마치고 중공업 공장에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전자소재산업의 현장에 뛰어들어 모험과 도전과 응전의 시기를 거치며, 마침내 반도체 소재 개발의 성공을 통해 부를 일구었다. 그야말로 그의 인생사 자체가 한국 산업화의 역사이기도 하며, 반도체산업의 산증인이기도 한 셈이다. 그렇게 이 지구라는 행성에 뿌리내리고 성공적인 삶을 일군 그는 어느 날 제주섬에 기어들어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았다. 60의 나이에 한라산과 태평양이 마주 보는 중산간 지대에 거처를 마련했고, 이제 자연과 함께 하는, 한라산에 기대어 사는 생활 속의 감성들을 한 줄 한 줄 시편으로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