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마르 시대, 전쟁의 패배가 불러온 고통을 없애기 위해 다시금 전쟁을 준비하는 국가폭력 앞에서 사람들은 조용했다. 그들을 대신한 시대의 선봉은 ‘작가’였다. 주제는 ‘절망’이었다. 이들은 현실 경험세계에 대한 치밀한 천착으로 표현주의의 시동을 건다. 진실에 매달린 표현주의자들은 붓놀림으로 정치적 함성을 대신한다. 표현은 하염없는 ‘관찰’과 ‘생각’이 끝난 다음의 ‘일’이다. ‘미술로 보는 정치’는 정치연구에서 생소하다. 그러나 ‘보고 기억하며 회상’하는 감각적 인지야말로 정치관계의 이해에 효과적이다. 이 책은 ‘미술정치학’을 통해 정치탐구의 지평을 넓히고, 폭력의 역사 속에서 절망하는 인간들을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