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도 괜찮아, 잘못 기억해도 괜찮아 잊음으로써 더 잘 기억할 수 있고 철저히 기억함으로써 아픔을 잊을 수 있는 기억과 망각에 관한 치유와 위로의 인문학 우리는 늘 더 많은 것을 기억하고 더 적은 것만 잊으려 애쓴다. 어제와 오늘을 연결해주는 기억의 지속과 그 오작동인 기억의 상실, 곧 망각은 늘 기억과 한 쌍을 이루는 존재다. 기억은 일상에서의 건망증이나 병증으로서의 치매에 대한 두려움에서 알 수 있듯 의학에서도 주목받는 동시에, 인격의 일관성을 담보하는 만큼 기억상실 소재가 문학과 영화 등의 극예술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모티프로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스마트 기기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 다양한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의 발달로 모든 것을 어디에서나 기록할 수 있게 된 요즘, 망각이나 착각과 같은 기억의 오작동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잘못으로 치부되는 듯하다. 과연 망각은 제거해야 할 나쁜 대상일까? 트라우마와 치유의 문제에 천착해온 영문학자 서길완은 망각이 기억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억할 것을 더욱 잘 기억하게 해주는 상보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