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문을 쓴 민왕기 시인은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풍자와 해학도 깊어지면 서글픈 블랙코미디가 된다. ‘안녕, 오타 벵가!’. 이 인사는 이미 세상의 모든 체위를 경험한 후 체념해버린, 웃는 듯 우는 듯한 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시 앞에서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일 수 있을까. 영화 〈모던 타임즈〉 마지막에서 여주인공이 ‘살려고 노력해봤자 무슨 소용이죠?(What's the use of trying?)’라고 묻는 장면처럼, 웃음은 도무지 웃음이 되지 않고 울음도 도무지 울음이 되지 않는다. 이 삶을 건드리며 시인 박제영이 서 있다. …(중략)… 이번 시집에서 나는 「안녕, 오타 벵가」와 같은 해학과 풍자를 넘어선 서글픈 블랙코미디를 봤고, 〈장돌뱅이 우리 할매 술만 자시면 들려주던 옛날이야기〉 연작에서 무당의 언어를 체험했다. 이 뚜렷한 성취의 양쪽과 그가 그간 일궈왔던 생활의 시들은 자연스레 섞여있다. 해서 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예상하긴 힘들다. 30여 년의 시력과 의지들이 말해주듯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글을 써온 사내이기 때문이다.” 박제영의 시편들을 단순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거칠게 요약하자면, “‘서사(敍事)와 사설(辭說)’이라는 뼈대에 ‘풍자와 해학’이라는 살을 입히고 있으며, 그 안을 흐르는 피(리듬)는 판소리에 가깝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제영의 시편들은 신명난 한판 굿을 보는 듯, 마당놀이를 보는 듯, 혹은 시트콤을 보는 듯하지만, 그렇게 한바탕 웃으면 될 듯하지만, 그 뒷맛은 결코 유쾌하고 달콤하지만은 않다. 그의 시편들을 “서글픈 블랙코미디”라 부르는 까닭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