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시도 그 마술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김태형의 『네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 시집을 읽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 않다. 어떤 이는 시인의 약력을 제일 먼저 보기도 하고, 시집을 후르르 넘기다 선뜻 눈에 띄는 시 한 편을 먼저 읽기도 하고, 혹은 목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의 시를 골라 보기도 하며, 뒤표지의 추천사나 작품 해설을 먼저 읽기도 한다. 읽는 사람의 습관에 따라 혹은 시집마다의 묘한 분위기에 따라,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 순서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인수첩 시인선’ 40번째 시집 『네 눈물은 신의 발등 위에 떨어질 거야』는 시인의 산문 「나의 서술어」부터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주례사와 같은 작품 해설의 자리에 놓인 이 산문은 김태형 시인의 이번 다섯 번째 시집과 김태형 시인이 어떤 이인가를 가장 쉽게 풀어놓은 공략법 혹은 자술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초능력 훈련법이나, 프랑스 왕립천문학회에서 이름 붙인 소행성 ‘랭보’에서 시작된 자기 시론, 중학교 1학년 종업식에서의 마술공연, 그리고 자신이 돌이 되는 마술을 꿈꾸고 있다는 고백 등은 김태형 시인이 시인으로서의 삶과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단면적으로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