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원고 집필을 시작하기 약 4년 전인 2018 년 가을, 앞으로 출판할만한 책을 탐색하다가 아주 오래전에 쓰인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제목이 친숙하게 느껴진 책이었다. ‘Danse Macabre’ 또는 ‘Dance of Death’…. 이 제목은 클래식 음악 분야에서도 여러 차례 나오고(생상스, 무소르그스키, 쇼스타코비치 등), 슈베르트의 유명 한 현악 4중주 14번 작품도 제목이 이와 유사한 ‘죽음과 소녀(Death and the Maiden)’다. 죽음과 소녀의 이야기는 포크 음악에도 등장한다. 영국의 전통 포크 음악을 대중화한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셜리 콜린스(Shirley Collins)는 1970년에 『Love, Death and the Lady』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 표했고,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Death and the Lady(죽음과 여인)’였다. 그 녀는 무려 46년 후인 2016년에 발표한 앨범 『Lodestar』에서 ‘죽음과 여 인’을 리메이크했을 정도로 이 곡에 대한 깊은 애착을 표현했다. 스코 틀랜드의 사이키델릭 포크 듀오,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The Incredible String Band)는 이보다도 앞선 1967년에 ‘Death and the Lady’와 가사가 유사한 ‘My Name Is Death’라는 곡을 발표했다. 한편 해골바가지 ‘에디(Eddie)’를 마스코트로 삼고 있는 영국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그룹,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은 2003년에 『Dance of Death』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표했다. (하필이면 많은 사람이 죽음과 결부시키는 13번째 음반이었다.) ‘죽음의 무도’는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니다. 1424~1425년경 프랑스, 파리 소재 ‘Holy Innocents’ Cemetery’ 공동묘지에서 해골이 사람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이에 영감을 받은 유럽의 예술가들이 죽음을 주제로 저마다의 감정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16세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독일/스위스의 화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 the Younger)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